'학교에 시조 짓는 날 생겼으면'…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 데이빗 맥켄 교수
데이빗 맥켄(사진)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6년 평화봉사단원으로 경북 안동에 머무르면서 시작된다. 안동농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서점에서 영문으로 번역된 김소월 시집을 발견한 그는 소월의 시에 심취했다. 한국어가 능숙해지면서 직접 시를 번역하기 시작했고, 고국의 부모에게 번역시를 편지에 써 보냈다. 그 후 40여년간 맥켄 교수는 한국문학에 빠져 보낸다. 신라향가·고려속요와 가사 그리고 시조 등 고전을 연구했고, 김소월·서정주·고은·김지하·박재삼 등 근현대 시인의 시를 번역하며 한국문학을 섭렵해왔다. 지난 12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드라마 ‘황진이’ 상영과 토론회에서 맥켄 교수를 만났다. -어떻게 시조를 발견했나. “책을 읽고 번역하면서 녹음된 시조창을 들으며 관심을 갖게됐다. 리처드 러트가 번역해 1971년 캘리포니아대에서 출간했던 한국시조집 ‘대나무 숲(Bamboo Grove)’을 보고 시조에 매료됐다. 1998년 미시간대에서 이 책이 다시 출간되면서 내가 서문을 썼다.” -하버드대에서 시조를 가르치나. “최근 아시아 시작법(詩作法) 강좌를 개설해 한·중·일의 시를 비교 연구하는 수업을 열었다. 중국의 이백과 두보의 시, 한국 윤선도 등의 시조, 그리고 일본의 하이쿠 시인 마츠오 바쇼를 가르쳤다.” -시조와 하이쿠(俳句, 5·7·5의 3구 17자로 된 일본의 단시)의 차이는. “미국 초등학교 4학년에 ‘하이쿠 짓는 날’이 있을 정도로 하이쿠는 잘 알려져 있다. ‘시조 짓는 날’도 생기기 바란다. 하이쿠는 매우 짧다. 운율의 측면에서 하이쿠는 전진과 후퇴 그리고는 ‘쿵’하고 끝난다. 시조는 초장과 중장에서 생각이나 이미지, 혹은 운율이 전개될 수 있는 여유를 준 다음, 종장 도입부에서 약간 반전한 뒤 종결한다.” -시인으로서 황진이는. “황진이는 놀라운 시조를 몇 편 썼다. 그 중 ‘청산리 벽계수…’는 한자와 한글을 병용해 맞서 결판을 벌이는 것을 표현했고, ‘어져 내 일이야…’는 순수하게 한글로만 정(情)을 표현한 시조다.” -번역은 반역인가. “어떤 번역은 반역일 수도 있다. 언젠가 서정주의 시를 번역해서 서정주 시인에게 보였는데, 한편씩 크게 읽더니 ‘실수가 있네!’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는 그의 시를 번역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미당이 ‘번역이 더 낫네 그려!’라고 했다. 이후 그의 훌륭한 시집 3권을 번역 출판했다.” -미국의 한류를 어떻게 보나. “은근하게 때때로 시끌벅적한 방식으로 도처에 한국이 있다. 물론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내 시조집이 출간되는 것을 계기로 다른 이들도 시조 짓는 것을 시도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너무도 많다. 2004년 만해대상을 받은 것이 무척 영광스러웠다. 논문 리서치를 하러 아내와 딸하고 함께 만해마을(강원도 인제군 소재)에 갔다. 한국어로 인사말을 했다. 수년간 내가 만난 시인들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했는데, 모든 시인들 특히 미당(*편집자 주: 2000년 작고)이 기념식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